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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은 검증된 이론이다.

진화론이라는 것은 워낙 방대한 주제여서 글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아주 기초만 말하면


1. 생물은 자신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후손들을 낳는다

2. 이렇게 조금씩 다르게 태어난 후손들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도 조금씩 다르다

3. 주어진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개체수보다 더 많은 수가 태어난다

4. 개체수가 많다보니 경쟁이 생긴다

5. 조금씩 다른 후손들 중에 환경에 잘 적응하는 능력이 있는 개체가 더 잘 살아남는다

6. 그 개체가 낳은 후손은 전 세대보다 환경에 조금 더 잘 적응한다

7. 시간이 지나면서 조상과는 많이 다른 종이 나타난다

8. 환경이 바뀌면 리셋되고 새로운 환경에 종이 적응하는 과정이 다시 진행된다


읽어보면 논리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다. 문제는 과연 이런 현상이 "실제로" 일어났고, 또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하는 증거는 무수히 많기 때문에, 다 다룰 수는 없고 여기서는 한 가지만 얘기하려 한다. 위의 1~8 과정에서 "자신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후손이 생기는 이유는 유전자, 즉 DNA 때문이라는 것은 다들 알 거다. 유전자는 생명체의 설계도니까, 이게 같으면 똑같은 개체가 나오고 이게 다르면 다르게 생긴 개체가 나오지.


따 라서 유전자 서열을 비교해 보면 두 종(species)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알 수가 있다. 만약 1~8의 과정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결국 유전자 서열이 조금씩 바뀌게 되는 것이고, 환경 변화로 아주 옛날에 갈라진 두 종이라면 유전자 서열이 많이 다를 테고 최근에 갈라진 종 사이의 서열은 비슷하겠지.


다윈은 유전자라는 것의 개념을 모를 때의 사람이므로, 형태분류학에 의거해서 종의 변화를 관찰하고 연구했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사람, 침팬지, 쥐, 닭, 물고기, 벼, 대장균"이 있을 때, 사람과 유사한 것은 대략 저 순서대로라는 것은 누구나 직관적으로 안다. 


따 라서 진화론이 사실이라면 아주아주 옛날에  저 일곱가지 종들의 공통조상이 있었을 것이고, 어느 시점에서인가 효모(혹은 벼)의 조상과 나머지 여섯의 조상이 갈라져 나왔을 거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흐르면서 벼(혹은 효모)와 나머지 다섯 동물종들의 조상이 각각 갈라졌을 거고...하다가 수백만년 전쯤에는 최종적으로 사람의 조상과 침팬지의 조상이 갈라졌겠지. <진화론이 사실이라면> 말이야.


여기서 현대 분자생물학이 들어온다. 저 일곱 종에게 전부 공통적으로 있는 유전자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생물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할 유전자들이지. 가령 에너지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다. 결국 우리 몸을 움직이는 건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만드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저 일곱 종의 공통조상(수십억년 전의 어떤 생명체)에도 같은 기능을 하는 유전자가 있었을 거다.


그 유전자의 서열을 분석해 보자.

이 유전자는 cytochrome c라고 하는,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단백질이다. 전체를 다 보면 복잡하니까 일부만 보자. 저 글자 하나하나가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들이야. 저 글자 순서가 비슷할 수록 유전자도 비슷한 거다. 보면 사람(호모사피엔스)와 원숭이(레서스 몽키)는 한 글자 빼고 똑같다. 반면 말하고 쥐는 포유류지만 사람이나 원숭이와는 좀 다르지? 물고기(제브라피쉬) 역시 좀 다른 걸 알 수 있지만, 그래도 척추동물이니 비슷한 부분이 많다. 반면 쌀이나 효모 (맨 밑의 S.cerevisiae)는 많이 다르다. 


우리가 형태분류학적으로 나눈 기준이 분자생물학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걸 알 수 있다. 다윈이 유전자를 모르는 상태에서 150년 전에 주장한 이론이, 유전자의 개념과 분자생물학의 기법을 도입해도 똑같이 증명이 되는 셈이야. 또 만약 생명체가 "설계" 되었다면 저렇게 복잡하고 어지럽게 바뀌는 게 아니라 질서정연하게 바뀌었겠지. 그게 <설계>니까. 그러나 진화는 돌연변이라는 우연의 중첩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설계처럼 깔끔하게 바뀌지 않는다. 


이런 예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현재까지 알려진 수백만개 이상의 유전자들 중에 이 법칙을 벗어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그리고 분자생물학적 증거는 진화론의 무수한 증거들 중 또 하나일 뿐이고.


현대 생물학은 진화론의 바탕에서가 아니면 성립 자체가 되지 않는다. 단지 공기처럼 스며있기 때문에 생물학을 공부하면서 그걸 미처 실감하지 못할 뿐이지.

출처:ilbe